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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

by iucenter 2026. 7. 8.

이 책은 소통을 기술이 아닌 존재의 조건으로 재정의하면서, 의사소통의 6가지 기본 구조 — 터치, 눈맞춤, 정서 조율, 순서 바꾸기, 함께 보기, 관점 바꾸기 — 를 통해 '나와 너'가 어떻게 '우리'가 되는지를 다룹니다. 이론적 뿌리는 비고츠키의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이고, 발달심리학의 트레바튼(원초적 상호주관성), 대니얼 스턴(정서 조율), 토마셀로(공동 주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1. 터치 (신체적 현존)

  • 이론: 접촉은 언어 이전의 가장 원초적 승인 신호. 워크숍에서는 물리적 터치보다 '공간적 접촉' — 배치, 거리, 몸의 방향 — 으로 번역됩니다.
  • 스킬: 원형 배치(Circle), 아이스브레이킹의 가벼운 신체 활동(하이파이브, 어깨 인사), 테이블 없는 좌석으로 몸의 장벽 제거, 퍼실리테이터가 참여자에게 다가가 눈높이 맞추기.

2. 눈맞춤 (존재의 승인)

  • 이론: 시선은 "당신이 여기 있음을 내가 안다"는 승인 행위. 참여자가 발언 전에 이미 '보여지고 있다'고 느껴야 심리적 안전이 생깁니다.
  • 스킬: 체크인 라운드에서 한 사람씩 시선 주기, 발언자가 아닌 침묵하는 참여자에게도 고르게 시선 배분, 온라인에서는 이름 부르기가 눈맞춤의 대체물.

3. 정서 조율 (affect attunement)

  • 이론: 스턴의 개념으로, 감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게 아니라 그 강도·리듬을 다른 채널로 되돌려주는 것. 퍼실리테이션의 미러링·패러프레이징의 심리학적 근거입니다.
  • 스킬: 감정 반영("지금 답답함이 느껴지시는 것 같아요" — NVC의 느낌 읽기와 직결), 그룹 에너지 레벨에 맞춘 개입 속도 조절, 갈등 시 톤 다운 모델링.

4. 순서 바꾸기 (turn-taking)

  • 이론: 대화의 주고받기 구조는 말 배우기 이전부터 작동하는 상호작용의 원형. 발언권 독점은 이 구조의 붕괴이고, 퍼실리테이터는 이 리듬의 관리자입니다.
  • 스킬: 토킹 피스(Circle 방식), 라운드 로빈, 1-2-4-All처럼 구조적으로 순서를 보장하는 기법, "아직 말씀 안 하신 분?" 같은 발언권 재분배 개입.

5. 함께 보기 (joint attention)

  • 이론: 토마셀로가 인간 고유 능력으로 꼽은 것 — 두 사람이 같은 대상을 동시에 주시하며 '함께 본다는 것을 서로 아는' 상태. 협력적 의미 구성의 출발점입니다.
  • 스킬: 차트·포스트잇·캔버스 등 외부화된 공동 대상 만들기(퍼실리테이션 그래픽의 이론적 정당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그림에서…"처럼 대상 중심 언어 사용, 문제를 사람이 아닌 벽에 붙이기.

6. 관점 바꾸기 (perspective-taking)

  • 이론: 관점을 바꾸려면 먼저 자기 관점이 있어야 하며, 관점 전환은 주체적 사고를 전제로 한 지적 이동이라는 게 김정운의 핵심 주장입니다. 즉 "네 입장에서 생각해봐"라고 요구하기 전에, 각자의 관점을 먼저 명료화시켜야 한다는 것.
  • 스킬: 입장 진술 라운드 후 역할 교환 토론(하브루타의 입장 바꾸기와 정확히 겹칩니다), Six Thinking Hats, 이해관계자 지도, "그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 보일까요?" 질문.

퍼실리테이터 관점에서 정리하면

6가지 관점의 이론적 의미와 퍼실리테이션에 적용 가능한 스킬
  의미 목적 퍼실리테이션 접목
1. 터치
(Touch)
신체적 접촉보다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는 최초의 연결 안전한 공간(심리적 안전감)을 만든다. 아이스브레이킹, 이름 불러주기, Smile & Greeting, Circle Seating, 라포 형성, 원형 배치, 체크인(Check-in), 긍정적 피드백
2. 눈맞춤
(Eye Contact)
존재를 인정받는 경험. "나는 당신을 보고 있다." 모든 참여자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적극적 경청, Eye Contact, 고개 끄덕임, 메모하면서 듣기, 발언 후 요약하기, 침묵 기다리기(Wait Time), 참여자 이름 사용
3. 정서 조율
(Affective Attunement)
감정의 리듬을 맞추며 공감하는 과정 집단의 에너지와 분위기를 읽고 조절한다. 감정 체크인, 감정카드(Mood meter), 에너지 레벨(Energy Check) 체크, 휴식시간 조정, 리프레이밍, 공감 질문
4. 순서 바꾸기
(Turn Taking)
말의 순서가 관계를 만든다. 누구에게 먼저 발언권이 가는가가 중요 모두에게 공평한 발언 기회를 만든다. Round Robin, 1-2-4-All, Talking Stick, Think-Pair-Share, 발언시간 관리
5. 함께 보기
(Joint Attention)
같은 대상을 바라볼 때 의미가 형성된다. 공동의 초점을 유지하게 한다. 비주얼 퍼실리테이션, 포스트잇, 캔버스, 공동 문제정의, 실시간 기록, Process Mapping, Affinity Diagram, Miro Application
6. 관점 바꾸기
(Perspective Taking)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 다양한 관점이 연결되도록 돕는다. 역할 바꾸기(Role Play), Empathy Map, Six Thinking Hats, World Café, Appreciative Inquiry

퍼실리테이션 관점에서의 핵심 해석

① 터치 → "심리적 안전감 만들기"

  • 사람은 정보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안전한 관계를 느낀다.퍼실리테이션에서는 "People support what they help create." 보다 먼저  "People speak when they feel safe." 가 성립한다.
  • 예) "오늘 기분을 날씨로 표현해볼까요?"

② 눈맞춤 → 존재 인정

  • 눈맞춤은 "당신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라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퍼실리테이터는 말보다 '관심'을 보여준다.
  • 5초 정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질문 후 참여율이 크게 올라간다.

③ 정서 조율 → 집단의 에너지 관리

  • 회의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으로 움직인다. 퍼실리테이터는 집단의 분위기를 읽는 사람이다.
  • 예) "조금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걸리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④ 순서 바꾸기 → 모두의 참여

  • 회의에서 항상 먼저 말하는 사람만 말하면 집단지성은 사라진다. 순서를 바꾸면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
  • 예) 혼자 생각 → 둘이 이야기 → 네 명 →  전체 공유

⑤ 함께 보기 → 공동의 초점 만들기

  •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문제를 보고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같이 보게 만드는 사람'이다.
  • 회의에서 화이트보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⑥ 관점 바꾸기 → 집단지성

  • 창의성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관점을 바꾸게 한다.
  • 예) 질문 예시 "고객이라면 어떻게 느낄까요?"  "초등학생이라면?" "10년 후에는?"

퍼실리테이터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

일반적인 진행자 퍼실리테이터
많이 말한다 많이 듣는다
설명한다 질문한다
답을 준다 답을 찾게 한다
정보를 전달한다 의미를 함께 만든다
회의를 운영한다 관계를 연결한다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6단계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의 6가지 관점을 워크숍 설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1. 터치 → 심리적 안전감 형성 (Check-in)
  2. 눈맞춤 → 서로의 존재 인정 (경청)
  3. 정서 조율 → 감정 공유 및 에너지 맞추기
  4. 순서 바꾸기 → 모두가 참여하는 구조 설계
  5. 함께 보기 → 공동의 문제를 시각화
  6. 관점 바꾸기 → 새로운 통찰과 합의 도출

이 구조는 퍼실리테이션의 핵심 원칙인 참여(Participation) → 상호작용(Interaction) → 공동의 의미 구성(Co-creation) → 실행(Action)과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