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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먹는 FT 공부

터크먼의 해산기 - 팀은 어떻게 흩어지는가/자산으로 남기기

by iucenter 2026. 9. 21.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도 함께 끝난다. 터크먼 해산기(Adjourning) 단계의 특징과 WCU CORAL 지표, 그리고 마무리를 의미 있게 설계하는 방법을 정리한다.

프로젝트는 끝났는데, 팀은 어떻게 됐을까 - 터크먼의 해산기

마지막 회의, 그리고 흩어짐

제조기업 신사업 태스크포스(TF)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업·생산·품질·전산 담당자 여섯 명은 다섯 달간의 여정 끝에 신제품을 예정대로 출시했다. 출시 다음 주, 리더는 TF의 마지막 회의를 소집한다. 안건은 딱 하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로 시작해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것이다.

회의실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 품질팀 담당자는 "이제 다시 각자 부서로 돌아가는 게 좀 아쉽네요"라고 말하고, 생산팀 담당자는 "저는 솔직히 이제 이 회의 안 해도 돼서 홀가분하기도 해요"라며 웃는다. 누군가는 그동안 부딪혔던 순간을 농담 삼아 꺼내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자료를 정리하며 TF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하게 보낸다.

리더는 이 자리를 그냥 "수고했다"는 인사로 끝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신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다섯 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한 분씩 짧게 나눠주시겠어요?" 몇 초의 침묵 뒤, 한 사람씩 말을 잇기 시작한다. 네 번째 회의에서 크게 부딪혔던 순간을 꺼내는 사람도 있고, 여덟 번째 회의부터 팀이 스스로 굴러가기 시작했던 걸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회의는 예정보다 20분 더 길어졌지만, 아무도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 장면은 팀이 흐지부지 사라지는 것과는 다르다. 터크먼(Tuckman)이 1977년 후속 논문에서 추가한 다섯 번째 단계, 해산기(Adjourning)를 의도적으로 통과하고 있는 모습이다.

터크먼의 해산기 - 자산으로 남기기

 

왜 마무리를 따로 설계해야 하는가

해산기는 프로젝트나 워크숍이 끝나고 팀이 해체되는 시기를 가리킨다. 형성기부터 성취기까지의 네 단계가 팀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면, 해산기는 그 반대 방향, 즉 팀이 의도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다룬다. 이 단계가 종종 생략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람들은 곧바로 각자의 본업이나 다음 프로젝트로 돌아가야 하고, 마무리 자체가 하나의 일정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산기를 생략한 팀과, 위 사례처럼 의도적으로 통과한 팀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남는다. 마무리 없이 흩어진 팀의 구성원들은 그 경험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다음 업무로 넘어가고, 훗날 비슷한 TF가 다시 꾸려져도 이전 경험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반면 해산기를 거친 팀은 함께 겪은 갈등과 성취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게 되고, 이는 구성원 개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남는 자산이 된다.

 

해산기의 네 가지 얼굴 — WCU CORAL 지표

웨스트체스터 대학교(West Chester University) CORAL 프로그램의 단계별 지표 가운데 해산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구분 내용
관찰 가능한 행동 눈에 띄는 아쉬움·상실감의 표현 · 추진력 둔화 · 산만한 행동 · 짧은 에너지 폭발 후 찾아오는 무기력
감정과 생각 슬픔 · (외부에서 보면 다소 냉소적으로 비칠 수 있는) 유머 · 끝나서 홀가분한 안도감
팀에 필요한 것 팀의 노력에 대한 평가 · 미완의 과제 마무리 · 팀의 노력을 인정하고 보상하기
필요한 리더십 팀이 마무리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돕기 · 잘 들어주기 · 성찰을 다음 기회로 이어가는 것을 돕기

위 사례에서 생산팀 담당자가 "홀가분하다"며 웃은 것과 품질팀 담당자가 "아쉽다"고 말한 것은 표 상단의 "슬픔"과 "안도감"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두 감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해산기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리더가 이 회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은 것은 표 하단의 "팀이 마무리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돕기"에 해당한다. 리더가 답을 정해주는 대신, 질문만 던지고 팀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가게 한 것이다.

 

마무리를 생략하는 것과 설계하는 것의 차이

같은 프로젝트 종료 앞에서 리더가 택할 수 있는 접근은 갈린다.

  • 마무리를 생략하는 접근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인사로 회의를 마친다. 팀원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고, TF는 조용히 사라진다.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구성원들은 다섯 달의 경험을 정리할 기회 없이 다음 업무로 넘어간다. 훗날 비슷한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이전 TF의 경험은 문서로만 남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는 흐릿해진다.

  • 마무리를 설계하는 접근
    공식적인 종료 회의를 별도로 마련하고, 성과를 함께 확인하는 시간과 개인적인 소회를 나누는 시간을 모두 배치한다. 이 자리는 업무 보고와는 다르다. "무엇을 배웠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무엇인지" 같은 질문을 통해 팀의 경험을 팀원들의 언어로 정리하게 한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팀원들은 이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마무리 회의에서 쓸 수 있는 절차

TF나 프로젝트팀을 공식적으로 해산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 마무리를 위한 시간을 별도로 확보한다.
    마지막 실무 회의에 마무리를 끼워 넣기보다, 짧더라도 마무리만을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한다.

  • 2단계 — 성과를 먼저 함께 확인한다.
    개인적인 소회로 들어가기 전에, 팀이 실제로 이뤄낸 것들을 사실 그대로 짚어본다. 이는 이어지는 감정 나눔의 토대가 된다.

  • 3단계 — 한 사람씩 돌아가며 짧게 소회를 나눈다.
    전체 자유토론보다 "한 분씩 짧게"처럼 구조를 정해두면, 말수가 적은 사람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동시에 나와도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받아들인다.

  • 4단계 — 미완의 과제를 명확히 정리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도 남는 업무(사후 관리, 인수인계 등)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담당과 일정을 분명히 해둔다. 애매하게 남겨두면 해산 이후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

  • 5단계 — 기록을 남긴다.
    팀이 겪은 과정과 배운 점을 짧게라도 문서로 남긴다. 다음에 비슷한 TF가 꾸려질 때, 이 기록은 새로운 팀이 형성기를 조금 더 수월하게 통과하도록 돕는 자산이 된다.

 

이 접근이 역효과 나는 경우

마무리를 정성껏 설계하는 접근이 모든 상황에 맞는 것은 아니다.

첫째, 팀 내에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감정을 나누는 자리를 열면 오히려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소회를 나누는 자리보다, 남은 갈등을 먼저 정리하거나 최소한 인지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지 못했거나 중도에 축소된 경우, 마무리 회의가 오히려 실패를 복기하는 불편한 자리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성찰의 톤을 "무엇이 부족했는가"보다 "이 경험에서 다음에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로 신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조직 문화상 이런 자리 자체가 낯설고 부담스러운 팀이라면, 거창한 의식보다 짧고 가벼운 형식이 낫다. 모든 팀에게 깊은 소회 나눔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형식은 팀의 성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다섯 단계를 마치며

형성기의 침묵, 격동기의 충돌, 규범기의 자발적 규칙, 성취기의 자립, 그리고 해산기의 마무리까지, 이 TF는 다섯 달 동안 터크먼 모델의 전 과정을 고스란히 통과했다. 중요한 것은 이 단계들이 순서대로 딱 한 번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팀 구성이 바뀌거나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면 언제든 형성기나 격동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모델이 유용한 이유는, 지금 팀이 겪고 있는 혼란이나 안정이 실패나 성공이 아니라 거쳐야 할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참고한 문헌: Tuckman(1965), "Developmental Sequence in Small Groups", Psychological Bulletin — Forming–Storming–Norming–Performing 4단계 모델의 원 출처. Tuckman & Jensen(1977)의 후속 논문 — Adjourning 5단계가 추가된 출처. West Chester University, "Collaborative On-Line Research and Learning(CORAL): Tuckman's Stages of Group Development" — 단계별 관찰지표 표의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