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 잘 시키는 팀장"보다 "분위기 만드는 팀장"이 성과를 낼까
팀장 유형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뉜다. 회의 안건을 촘촘히 짜고 역할을 명확히 나눠주는 "구조형" 팀장, 그리고 분위기를 풀고 다들 말하게 만드는 "소통형" 팀장. 둘 다 유능해 보이는데, 실제로 팀 성과에는 어느 쪽이 더 영향을 줄까?

연구가 말해주는 것
국내 팀제 조직 37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명희·정기수, 2021,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는 이 질문에 뜻밖의 답을 준다. 이 연구는 팀 리더의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두 갈래로 나눠 측정했다. 하나는 소통과 참여 분위기를 만드는 힘, 다른 하나는 과업을 구조화하고 조직하는 힘이다.
결과는 이렇다. 소통·분위기 조성 역량은 팀 성과와 팀 몰입 모두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반면 과업·조직화 역량은 팀 몰입에는 영향을 줬지만, 팀 성과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구조를 잘 짜는 것만으로는 성과가 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두 역량 모두 "공유리더십" — 리더십이 팀원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는 정도 — 을 끌어올렸고, 이 공유리더십이야말로 팀 성과와 팀 몰입에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변수였다. 다만 리더 역량이 공유리더십을 거치지 않고도 어느 정도는 직접 효과를 유지했다(부분매개). 즉 리더의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리더십을 팀 전체로 퍼뜨리는 촉매 역할을 할 때 그 영향력이 가장 커진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본 것과 겹치는 지점
이 결과는 퍼실리테이션과 서클 대화를 진행할 때 늘 강조하는 원칙과 닮았다. 구조적 핵심은 특정 진행자에게 발언권이 몰리지 않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 연구가 "리더 개인의 역량"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퍼실리테이션과 서클은 애초에 "구조" 설계로 같은 문제를 푼다 — 방법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리더십을 한 사람에게 묶어두지 않는 것.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이 연구가 국내 일반 기업 팀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학교 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될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구조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는 여러 조직 유형에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해볼 수 있나
회의를 준비할 때 안건표와 시간 배분에만 신경 쓰기보다, 회의 초반 5분을 "오늘 다들 어떤 상태로 들어왔는지" 나누는 시간으로 써본다.
팀장이 계속 진행자 역할을 맡는 대신, "이 안건은 누가 리드해볼까요?"라는 질문을 던져 발언과 진행 역할을 로테이션해본다.
조직 워크숍을 설계한다면, "구조화 스킬 강화"보다 "리더십이 분산되는 조건 만들기"로 프레임을 바꿔 제안해본다.
이 글은 이명희·정기수(2021)의 연구(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1(1))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으며, 원문 수치는 저자들의 실증 분석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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