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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의 발견 시대 - 부캐가 있는 삶

by iucenter 2020. 9. 22.

한 우물만 파던 시대는 이제 끝이라고 이야기들이 들린다. 물을 마시기 위해선 모둔 우물파는 기술, 도구, 외부의 힘을 총동원해도 될까말까 하던 시대가 이제 안녕이라니.... 하지만 아직 내 시대는 한 우물 파던 시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은 무엇인가? 한 우물이 미덕이지 않았던가? 

놀면뭐하니? 그렇다. 놀면 뭐할 것인가. 뭐라도 해야지. 그렇다면 내게 가장 손쉬운 일은 책장을 넘기는 일이다. 앉아서 가만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일이다.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나면 계획이란 것을 긁적거려 보는 거다. 그래서 그런가,,, 한 우물 파기가 쉽지 않다. 우리 세대들은 한 우물파는 시대를 통과하고 있음인데, 난 언제나 여러 구덩이를 이러저리 기웃거리며 삽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 이와 관련된 책(모든 것이 되는 법 - 에밀리 와프닉, 웅진지식하우스)을 발견하고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How to be everything. 어릴 때부터 참견, 훈수, 남일을 내일처럼 끼워들기가 자연스러운 터라 기질 자체가 그러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목차만 훑어보고는 책은 책꽂이에 잘 보관 중이다. 이것도 다능인(?)을 유혹하는 숱한 주제들이 책들이 쉴 새 없이 의 

모든 것이 되는 법 - 꿈이 너무 많은 당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

 

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방송이 놀면 뭐하니가 아닌가 한다. 무한도전을 최애했던 시청자로써 김태호PD의 새로운 예능은 참 오래 기다렸다. 그렇다고 1년의 공백이 컸는지 예전처럼 목숨걸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듣게된 '부캐'라는 말은 참신하다. 부캐릭터... 내 속에 있는 발현되지 아니한 또 다른 나. 그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개그맨인 유재석의 본캐를 넘어 확장하고 변주하는 모습이 똑 이와 같다.

유재석이라는 출연자1인과 1개의 카메라로 시작하여 릴레이로 연결되더니 이제는 모든 것이 되어 가고 있다. 
"릴레이 카메라 형식에 음악적인 접근을 시도한 드럼 영재 유고스타를 시작으로, 트로트 신동 유산슬, 툴툴대며 요리하는 라섹, 손을 벌벌 떨며 연주하는 유르페우스, 토크를 좋아하는 라디오 진행자 유DJ뽕디스빠뤼, 치킨 매니아 닭터유, BPM 130 이상을 좋아하는 유두래곤 까지. 우리가 몰랐던-어쩌면 본인도 몰랐던-유재석 씨를 찾아 새로이 확장해가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부캐 플레이가 핵심이 되자 '놀면 뭐하니?'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시청자들에게 좀 더 쉽게 이해되기 시작한 것 같다."

 

미디어오늘에서 김태호PD를 인터뷰한 내용에서 그런 내용이 좀더 자세히 풀어지고 있다.

 

김태호PD "유튜브·넷플릭스·카카오TV는 새 놀이터" 

[인터뷰] 1년 만에 예능 정상 오른 ‘놀면 뭐하니?’ 제작진 “우리의 핵심은 확장성”…김태호PD가 말하는 ‘지상파 PD 생존법’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01년 MBC 입사. 어느덧 20년 차를 맞�

n.news.naver.com

무한도전이 다양한 여러 캐릭터들이 고정적으로 출연하면서 1/N로써 역할을 감당하면서 130분을 채워 나갔다면 놀면뭐하니는 1/N이 아닌 주인공으로서 더 부각할 방법을 찾아 고민하고 이것이 이것이 부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부캐의 탄생. 

나역시 얼마나 많은 부캐를 가지고 있는가?
20여년 웹개발의 디자이너로 기획자로 한 우물만 파다가, 하브루타 질문술사로, 퍼실리테이터로, 금요일 밤에는 가족놀이모임 진행자로 살아가고 있다.

아직은 어느 것 하나 깊이 파여져 마르지 않은 샘이 되지 않았지만 모두 소중한 부캐들이다. 이렇듯 우리들 모두는 부캐로서의 삶을 꿈꾸지 않을까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주부로서,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엄마와 아빠, 아들, 딸로 하루를 해치우듯이 살아가는 일상을 넘어 부캐가 있는 삶을 누리고 싶지 않을까 한다. 누구는 사진으로, 그림으로, 악기로, 운동으로, 달리는자로, 바리스타로, 책으로 그렇게 그렇게 말이다. 오늘 아침부터 목소리를 돋아 침튀기는 우리 아들녀석도 포함해서...

예전에 좋은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은 부캐가 있는 삶으로 변하고 있음이다. 요즘 열심히 배우는 자들을 위한 강연, 재능, 클래스 사이트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하리의 창에서 남이 모르는 내가 있을 수 있고, 내가 보지 못하지만 남이 아는 내가 있을 수 있고, 본인도 다른 사람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캐릭터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이 부캐가 발현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뒤적뒤적 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