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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먹는 FT 공부

팀은 왜 처음엔 삐걱거릴까? 터크먼의 그룹 개발 5단계

by iucenter 2026. 9. 4.

퍼실리테이터로 현장에서 팀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늘 마주치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첫 시간엔 다들 조용하다가, 둘째 시간부터 갑자기 부딪히기 시작할까요?"
"잘 나가던 팀이 왜 갑자기 삐걱거리죠?"

이 물음에 답을 준 이론이 바로 브루스 터크먼(Bruce Tuckman)이 1965년에 제안한 그룹 개발 5단계 모델입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팀 빌딩, 워크숍 설계, 프로젝트 진행 현장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모델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퍼실리테이션 현장에서 각 단계마다 무엇을 관찰하고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까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1단계. 형성기 (Forming) - 서로를 탐색하는 시기

팀이 처음 구성되는 단계입니다. 구성원들은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우며, 갈등을 최대한 피하려 합니다.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속으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오갑니다.

  • 나는 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해도 괜찮을까?
  • 이 활동의 목적과 규칙은 무엇일까?

현장 관찰 포인트: 침묵이 많고, 리더나 퍼실리테이터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서로 탐색만 할 뿐 진짜 의견 충돌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퍼실리테이터의 개입: 이 시기엔 명확한 목표 제시와 아이스브레이킹이 핵심입니다. 그라운드룰을 함께 정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가벼운 활동(하브루타식 짝 인터뷰, 서클 프로세스의 체크인 등)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2단계. 격동기 (Storming) -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기

가장 많은 팀이 좌초하는 단계입니다. 서로의 의견 차이, 역할 갈등,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 표면화됩니다. "왜 저 사람 마음대로 정하지?", "이 방식이 맞나?" 같은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현장 관찰 포인트: 목소리 큰 사람과 침묵하는 사람이 갈리고, 하위 그룹이 생기기도 합니다. 활동에 대한 저항이나 냉소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의 개입: 이 단계를 피하려 하지 말고 건설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NVC(비폭력대화)의 관찰-느낌-욕구-요청 구조를 빌려 갈등을 감정싸움이 아닌 욕구의 차이로 재구성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시기의 갈등을 억누르면 팀은 표면적 평화 속에 정체됩니다.


3단계. 규범기 (Norming) - 팀의 방식이 자리 잡는 시기

격동기를 통과한 팀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협력 방식에 합의하기 시작합니다. 역할이 분명해지고, 공동의 규범과 작업 방식이 자리 잡습니다.

현장 관찰 포인트: 유머와 신뢰가 다시 생겨나고, 서로의 강점을 알아가며 역할을 자연스럽게 나눕니다. "우리 팀은 이렇게 한다"는 공유된 정체성이 생깁니다.

퍼실리테이터의 개입: 이 시기엔 뒤로 물러나 팀이 스스로 굴러가도록 지지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디자인씽킹의 협업 툴(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역할 분담 보드)로 팀의 작업 방식을 시각화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4단계. 성취기 (Performing) - 높은 성과가 나오는 시기

팀이 성숙하여 최소한의 감독만으로도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움직입니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갈등이 생겨도 팀 스스로 건강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현장 관찰 포인트: 구성원들이 서로의 역할을 넘나들며 유연하게 협력합니다. 퍼실리테이터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어지는 단계입니다.

퍼실리테이터의 개입: 최소 개입 원칙을 지키되, 성과에 매몰되어 성찰을 건너뛰지 않도록 중간중간 회고(리플렉션) 지점을 마련해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5단계. 해산기 (Adjourning) - 마무리하고 흩어지는 시기

터크먼이 1977년에 추가한 다섯 번째 단계입니다. 프로젝트나 워크숍이 끝나고 팀이 해체되는 시기로, "성숙기"로도 번역됩니다. 구성원들은 성취감과 동시에 상실감, 아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퍼실리테이터의 개입: 이 단계를 건너뛰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짧더라도 의미 있는 마무리 의식(체크아웃 서클, 감사 표현 라운드, 배운 점 나누기)을 넣어주면 팀 경험이 온전히 완결됩니다. 학습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이 단계에서 가장 깊은 성찰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참고: 웨스트체스터 대학교(WCU) CORAL의 단계별 특징 정리

앞서 다룬 5단계를 좀 더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싶다면, 미국 웨스트체스터 대학교(West Chester University)의 CORAL(Collaborative On-Line Research and Learning) 프로그램에서 정리한 표가 참고할 만합니다. 각 단계를 관찰 가능한 행동, 감정과 생각, 팀에 필요한 것, 필요한 리더십 네 가지 축으로 나눠 정리한 자료입니다.

  관찰 가능한 행동
(Observable Behaviors)
감정과 생각
(Feelings & Thoughts)
팀에 필요한 것
(Team Needs)
필요한 리더십
(Leadership Required)
형성기
Forming
· 예의 바른 태도 · 조심스러운 참여 · 개인적으로 서로를 알아가려는 시도 · 논쟁 회피 · 소그룹(파벌) 형성 가능성 · 안전과 인정에 대한 욕구 · 과제·절차·의사결정 방식을 정의하려는 시도 · 과제와 무관한 이야기 · 설렘·낙관·기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의심·두려움·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있음 ·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거지?" · "이 사람들은 왜 여기 있지?" · 전반적인 불확실함과 긴장 · 팀의 미션과 비전 · 구체적인 목표와 과제 설정 · 역할과 책임 규정 · 그라운드룰 수립 · 팀원 간 기대치 공유 · 운영 지침 마련 · 효과적인 회의 진행 · 리더의 첫 피드백 · 구조와 과제 방향 제시 · 서로 알아갈 시간 허용 · 자신감과 낙관적 분위기 조성 · 적극적인 개입(이 시기 팀원들은 리더가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믿는 경향) · 리더에서 팀원으로의 일방향 소통
격동기
Storming
· 팀원 간 논쟁 · 리더십을 둘러싼 경쟁 · 관점과 개인 스타일 차이가 뚜렷해짐 · 역할 불명확 · 팀이 스스로를 조직화하려는 시도 · 권력 다툼과 충돌 · 합의를 이루려는 행동의 부족 · 진전 없음 ·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 · 과도한 업무량에 대한 불만 · 방어적인 태도 · 혼란과 흥미 상실 · 과제에 대한 저항 · 팀에 대한 태도의 기복 · "이 팀의 목적에 정말 동의하는지 모르겠다" · 다른 팀원의 판단력에 대한 의문 · 긴장과 질투의 증가 · 자신의 영향력과 자유에 대한 불확실함 · "우리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 대인관계와 자기 이해 · 스타일과 개성 차이 파악 · 효과적인 경청 ·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 · 갈등 해결 · 팀의 목적 재확인 · 역할과 그라운드룰 재정립 · 규범을 어기는 팀원을 다루는 방법 · 리더의 피드백 · 갈등의 존재를 인정하기 · 팀원 간 합의를 유도하기 · 과제에 대한 책임을 팀원들이 나눠 갖도록 하기 · 공유 리더십 개념의 등장 · 갈등 해결 기법 코칭 · 지지와 격려 표현 · 팀원들이 서로 상의하기 시작(공유 리더십이 싹트지만 의사결정은 여전히 어려운 단계)
규범기
Norming
· 절차와 프로세스에 대한 합의 · 관계에 대한 편안함 · 과제에 집중된 에너지 · 효과적인 갈등 해결 능력 · 합의 지향적인 의사결정 시도 · 균형 잡힌 영향력과 공동 문제 해결 · 팀만의 루틴 형성 · 과제 마일스톤 달성 · 팀에 대한 소속감 · 높은 자신감 · 비판을 건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됨 · 모든 구성원에 대한 수용 · 전반적인 신뢰감 · "잘 될 것"이라는 확신 · 자유롭게 표현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느낌 · 의사결정 프로세스 개발 · 아이디어와 제안을 준비하는 태도 · 문제 해결을 함께 나누기 · 가용 자원의 적극적 활용 · 공유 리더십 역할에 대한 책임감 · 리더의 피드백 · 공유 리더십 실행 · 지지와 피드백 제공 · 구조를 점차 줄여도 됨 · 팀 상호작용 촉진 · 모든 팀원의 기여를 요청하기 · 협업 방식이 명확해지도록 돕기 · 의사결정 참여 독려 · 신뢰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
성취기
Performing
· 완전히 기능하는 팀 · 명확해진 역할 · 팀의 자립성 발달 · 스스로 조직화가 가능해짐 · 개인·소그룹·전체 단위 어디서든 유연하게 기능 · 서로의 강점·약점과 팀 프로세스에 대한 깊은 이해 · 서로에 대한 공감 · 높은 헌신도 · 협업 방식에 대한 이해가 자리 잡음 · 끈끈한 유대감 · 재미와 활력 · 개인적 성장과 창의성 · 전반적인 만족감 · 몰입과 동기를 지속하는 방법을 계속 발견해감 · 팀이 협업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확인 · 유연성 유지 · 성과(지식) 측정 · 정보 제공 · 리더와의 피드백과 대화 · 공유 리더십의 실질적 실행 · 관찰·질문·팀의 필요 충족 · 팀원 간 협업 촉진 · 리더의 최소한의 개입 · 긍정적 강화와 지지 표현 · 새로운 정보 공유
해산기
Adjourning
· 눈에 띄는 아쉬움·상실감의 표현 · 추진력 둔화 · 산만한 행동 · 짧은 에너지 폭발 후 찾아오는 무기력 · 슬픔 · (외부에서 보면 다소 냉소적으로 비칠 수 있는) 유머 · 끝나서 홀가분한 안도감 · 팀의 노력에 대한 평가 · 미완의 과제 마무리 · 팀의 노력을 인정하고 보상하기 · 팀이 마무리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돕기 · 잘 들어주기 · 성찰을 다음 기회로 이어가는 것을 돕기

(출처: West Chester University, "Collaborative On-Line Research and Learning(CORAL): Tuckman's Stages of Group Development", 한글 번역·재구성)


현장에서 기억할 것

터크먼 모델에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지점은 이 단계들이 한 번만, 순서대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 팀 구성이 바뀌거나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면 형성기·격동기로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 짧은 워크숍(하루짜리 활동)에서도 이 사이클이 축소된 형태로 빠르게 반복됩니다.
  • 격동기를 "문제"로 보고 억누르려는 순간, 팀은 진짜 협력 단계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이 단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에 맞는 개입의 강도와 방식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형성기엔 구조를, 격동기엔 안전한 갈등 공간을, 규범기와 성취기엔 신뢰를, 해산기엔 의미 있는 마무리를 제공하는 것 — 이것이 터크먼 모델을 실무에 적용하는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 참고한 주요 문헌: Tuckman(1965)의 "Developmental Sequence in Small Groups"(Psychological Bulletin)은 50편의 소집단 연구를 귀납적으로 검토하여 Forming–Storming–Norming–Performing 4단계 발달 모델을 제안한 이론 통합 논문이다. 이 논문은 독자적 실험 데이터를 포함하지 않으며, 광범위한 피인용 횟수가 경험적 타당성의 증거로 오해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Adjourning(해산) 5단계는 Tuckman과 Jensen이 1977년에 발표한 후속 논문에서 추가된 것.

 

이론을 회기 설계로 옮기기 : 터크먼 모델로 8회기 SEL 프로그램

이 이론을 실제로 어떻게 회기 설계에 반영했는지, 경산시 동네배움터에서 진행했던 8회기 그림책 기반 사회정서학습(SEL) 프로그램 사례로 구체화해보려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CASEL(사회정서학습 협력체)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회기마다 하나의 주제를 그림책과 연결해 다루는 구조였습니다.

1회기 핵심가치 → 2회기 사회적 가치 → 3회기 회복탄력성 → 4회기 용기 → 5회기 낙관성 → 6회기 정서 → 7회기 관계 → 8회기 성취

주제만 보면 각 회기가 독립적인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참가자들의 팀 역동은 이 8회기 동안 형성기부터 해산기까지 하나의 곡선을 그리며 흘러갑니다. 주제 설계와 팀 발달 단계를 겹쳐놓고 보면, 왜 특정 회기에서 유독 아이들이 산만해지고 특정 회기부터 갑자기 몰입도가 올라가는지가 보입니다.


전체 구조 한눈에 보기

  주제 터크먼 단계 핵심 리더십 과제
1회기 핵심가치 형성기 안전한 분위기 조성, 그라운드룰 합의
2회기 사회적 가치 형성기 → 격동기 진입 개인 의견 차이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장치 마련
3회기 회복탄력성 격동기 갈등과 좌절을 다루는 언어 제공
4회기 용기 격동기 → 규범기 전환 목소리 내기를 격려, 소외되는 아이 없게 개입
5회기 낙관성 규범기 팀 루틴 정착, 리더 개입 최소화 시작
6회기 정서 규범기 → 성취기 전환 정서 표현의 안전판 강화, 상호 피드백 유도
7회기 관계 성취기 관찰자 역할로 전환, 아이들 스스로 진행하게 허용
8회기 성취 해산기 의미 있는 마무리 의식, 성찰과 축하

이제 각 구간을 회기별로 풀어보겠습니다.


1~2회기: 형성기 - "우리, 뭘 하는 거예요?"

핵심가치를 다루는 1회기는 처음 만난 아이들이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과 정확히 겹칩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는 활동 자체가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이 되어주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굳이 깊은 자기개방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개입 전략

  • 그림책 낭독 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처럼 정답이 없는 질문으로 시작해 부담을 낮춤
  • 발언 순서를 스틱 뽑기 등으로 무작위화해 특정 아이에게 발언이 몰리지 않도록 구조화
  • 회기 초반 5분을 "오늘 나의 상태 체크인"으로 고정해 그라운드룰처럼 반복

2회기 사회적 가치로 넘어가면서부터 아이들 사이에 미묘한 의견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건 아니지 않아요?" 같은 반박이 처음 나오는 시점이 대체로 이 회기였습니다. 이는 격동기 진입의 초기 신호이기 때문에, 퍼실리테이터로서는 이 반박을 억누르기보다 구조화된 토론 형식(짝 토론 후 전체 공유)으로 담아내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3~4회기: 격동기 - 갈등이 표면화되는 시기

회복탄력성을 다루는 3회기는 흥미롭게도 프로그램 자체가 "실패와 좌절"을 주제로 다루는 동시에, 팀 내에서도 실제로 갈등이 두드러지는 시점이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목소리 큰 아이와 위축되는 아이의 구도가 뚜렷해지고, 활동에 대한 저항("이거 왜 해요?")도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실제 개입 전략

  • 그림책 속 인물의 실패 경험을 아이들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는 질문으로 전환해, 갈등을 "인물 이야기"라는 안전한 거리를 두고 다루게 함
  • 목소리 큰 아이에게는 "다른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역할을 부여해 자연스럽게 발언권을 분산
  • 회복탄력성 주제 자체를 팀 갈등에 대한 메타 코멘트로 활용: "지금 우리 팀도 살짝 삐걱거리고 있죠? 그것도 자연스러운 거예요."

4회기 용기 주제는 격동기를 통과시키는 결정적 지렛대 역할을 했습니다. "용기 내어 말하기"라는 주제 자체가 그동안 위축되어 있던 아이들에게 발언의 명분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회기부터 조용했던 아이들의 발언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5~6회기: 규범기 - 팀의 리듬이 자리 잡는 시기

낙관성을 다루는 5회기에 이르면 팀 분위기가 눈에 띄게 안정됩니다. 아이들이 서로의 발언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퍼실리테이터가 매번 순서를 지정하지 않아도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개입 전략

  • 이 시기부터 퍼실리테이터의 발언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아이들끼리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을 늘림
  • "지난 회기에 ○○이가 한 말이 기억나는데" 같은 회기 간 연결 발언을 활용해 팀의 공동 역사(shared history)를 강화

6회기 정서는 감정을 언어화하는 회기인 만큼, 규범기에서 성취기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 시점부터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다른 친구의 감정 상태에 대한 피드백("너 오늘 표정이 안 좋아 보여")을 자발적으로 주고받기 시작했는데, 이는 규범기의 특징(건설적 비판이 가능해짐)이 실제로 관찰된 지점이었습니다.


7회기: 성취기 - 리더가 뒤로 물러나는 시기

관계를 주제로 한 7회기는 프로그램 전체에서 퍼실리테이터의 개입이 가장 적었던 회기였습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흐름 자체를 아이들이 주도했고, 갈등이 생겨도 서로 조율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실제 개입 전략

  • 진행자는 시간 관리와 안전 확보 역할로만 남고, 토론 방향은 아이들에게 위임
  • 중간중간 "잠깐, 우리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메타 질문만 던져 스스로 궤도를 점검하게 함

이 단계에서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아이들의 자율성과 성취감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8회기: 해산기 - 마무리를 설계하는 시기

성취를 주제로 한 마지막 8회기는 콘텐츠상으로도, 팀 발달 단계상으로도 정확히 해산기와 맞아떨어졌습니다. 8회기 동안의 성장을 돌아보는 것이 곧 프로그램의 주제이자 팀 종료 의식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실제 개입 전략

  • 체크아웃 서클 형식으로 각자 8회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한 마디씩 나누는 시간 배치
  • 그림책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활동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로 자연스럽게 전환
  •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동시에 표현되는 것(WCU 표에서 언급한 "슬픔"과 "안도감"의 공존)을 특이하게 여기지 않고 정상적인 반응으로 안내

설계자에게 남는 교훈

이 사례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통찰은, 주제 설계와 팀 발달 단계를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겹쳐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회복탄력성"이나 "용기" 같은 갈등 관련 주제를 형성기(1~2회기)에 배치했다면 아이들은 아직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기개방을 강요받았을 것이고, 반대로 "성취"를 3회기쯤에 배치했다면 축하할 만한 공동의 서사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을 것입니다.

즉, 8회기라는 짧은 프로그램 안에서도 형성기-격동기-규범기-성취기-해산기의 곡선은 축소된 형태로 반드시 일어나며, 콘텐츠 주제 순서를 이 곡선에 맞춰 배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퍼실리테이션 설계 기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